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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정보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사랑과 우정, 이별을 섬세한 인물 묘사와 긴장감 있는 플롯으로 잘 그렸다. 한국 이민 소설의 새 장을 여는 이정표가 되리라 확신한다." -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이순원, 신승철, 심진경, 정은영, 구경미, 김도언, 정이현, 김미월, 김석진)
하와이의 사탕수수 집단농장 캠프 나인에서 펼쳐지는
하와이로 향하는 이민선에서 만나 의형제를 맺은 오창석과 최상학은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 숙소에 정착하여 노예에 가까운 강제노동에 시달린다. 이들은 절망스런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품고 고국의 사진 신부를 맞이하기로 한다.
하지만 실제 상학을 만난 후 실망한 나영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강희는 고민 끝에 창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접고 모두가 이곳에서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의 짝을 바꾸자고 제안하는데……. 하와이 첫 이민자들의 삶을 섬세하게 복원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이민선에 몸을 실은 네 명의 남녀가 하와이의 집단농장에서 만나 펼치는 선택과 갈등,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낙원을 꿈꾸던 자들의 치열한 삶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자신도 하와이 이민자인 작가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초기 이민자들의 퍽퍽한 삶을 소설로 애도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 나라 잃은 설움에 인종차별까지 겪으며 어렵사리 삶의 터전을 일군 하와이 한인 1세대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긴 이 소설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한 하와이 교포들의 독립운동 과정까지, 110년 하와이 이민의 산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처절한 생존의 공간에서도 파라다이스는 존재한다.
작가는 하와이 첫 이민자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만나 서로 얽히고 설키며 만들어내는 사랑과 우정, 선택과 이별을 섬세한 인물 묘사와 긴장감 있는 플롯으로 그려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던 시대,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자기 몫의 삶을 선택하고 받아들이며, 이 세상에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만들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한 세대가 바뀌고, 우리들은 우리들의 방식대로 또 오늘을 살아간다. 110년 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두웠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작가는 낯선 땅에서 자신의 삶을 낙원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꿈과 사랑, 선택과 갈등, 욕망과 좌절을 섬세하면서도 감동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나는 낙원을 향해 가는 긴 여정이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한다. 파라다이스가 생존의 장소가 되었을 때, 그곳은 일상에 파묻혀 빛을 잃고 삶은 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파라다이스를 꿈꾸게 한다. 주인공 강희와 창석이 끝내 함께 다다르지 못한 곳, 그러나 꿈꾸었던 곳이 있었기에 그들에겐 영원한 파라다이스가 존재한다.”
심사평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사랑과 우정, 이별을 섬세한 인물 묘사와 긴장감 있는 플롯으로 잘 그렸다. 한국 이민 소설의 새 장을 여는 이정표가 되리라 확신한다.”
저자 | 임재희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최전방 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덕이었다. 서울에서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다 1985년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에 재외동포 문학상 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작가 한마디
차례
짝 - 긴 이야기 속으로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이게 우리 모두를 위한 결정인가요?”
상학은 부끄러웠다. 창석에게 ‘운명’으로 여기자고 한 자신이 한없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나영을 설득할 자신도 없었고, 잡아두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결혼이라니, 잠시 헛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많이 기다렸어요.”
창석은 문득 산다는 것이 꿈처럼 여겨졌다. 눈을 뜨면 사라지는 것들을 힘들게 부여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있는 강희를 그는 오래 바라보았다. 희망이면서 절망이었던 사람의 얼굴은 어둠처럼 고요했다. 창석은 자기도 모르게 헉 하고 눈물을 삼켰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을 또렷하게 가슴에 새길 만큼 보고 또 보았다. 오늘을 위해 그 모든 것을 견뎌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움의 실체를 눈앞에 두고 보니 기쁘기보다는 허무함이 더 깊게 다가왔다.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오히려 마음 놓고 그리워하고 원망하던 시간들이 더 달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