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찌르는 소음과 탁한 먼지, 그저 자그마한 인쇄기 몇대 갖춘 공장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방문했던, 현문. 근데 이게 웬일인가. 높이 솟은 건물과 그 아래로 내걸린 대형 현수막이 내눈을 잡아당긴다.
`경제전쟁 속에서 승리의 꽃을 피운 자가 진정한 명장`이라는 슬로건은 현 국내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게다가 `매주 토요일은 아이디어 창출의 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출판 인쇄 전문 기업으로서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1,2층에 늘어선 수십대의 인쇄기와 제본 제책 기계들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불황을 완전히 불태워버리겠다`는 함성이 기계음과 함께 들려오는 듯했다.
한가위를 며칠 앞두고 짙은 가을색을 보여주듯 정문 입구에는 싱그런 국화가 방문하는 이의 눈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인쇄현장은 거칠고 억세기만 할 것이라고 예견했던 나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산산히 부서진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