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직장생활 한답시고 바쁘게 살고 또 좀 떨어져 살던터라
친구의 회사로 찾아간건 이번이 처음 이었습니다.
그간 만남을 자주 갖고
마음을 나누는 더할나위 없이 가까운 친구였지만
만나면 우리의 대화는
어릴적 발가벗고 냇가서 목욕하던 때의 회상이 대부분이고
자식들 이야기가 주요안건 이었기에
그간은
"인쇄사"를 한다고 하여 길가다 보는 도장파고 명함,전단지 찍는
그런곳일거라 상상했었습니다.
모처럼 쉬는 토요일 차를놓고 전철을 타고가 일산의 백석역에서 내려
친구가 가르쳐 준대로 "장항동의 현문인쇄로 가주세요" 했더니 기사가
더 묻지 않고 데려다 주었습니다.
도착하면서부터 생각하던 규모와 달라서 놀랐는데
인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을하는 나는
회사의 시설들이 어마어마 해보였습니다.
(인쇄기계라고는 명함찍는 기계 한번본게 전부였었기 때문에)
얘기중 친구에게 어떤마음으로 이 공장을 차리고 경영해 나가냐고 물었더니
"문화예술을 사랑해서 회사를 차렸고, 일을 하다보니 이일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다들 같이 먹고 살자는
마음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고 거창하게 말을했습니다.
친구가 나에게 "너는 눈이 몇개냐?" 하길래 "두개지" 했더니
추려서 적자면
"그러니까 니가 구학만 하고있지. 몸의 눈 두개, 마음의 눈 두개를 가져야
예(禮)와 지(智)를 탐구하는 사람이지" 라는 철학적인 말을했습니다.
얘길 들으며 그옛날 부모님께서 학교숙제로도 버거운 내게 매일같이 천자문을 쓰게하고
사서삼경을 읽게하시던 모습이 잠깐 머릿속에서 스쳤습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한수 배우고 경영인으로서의 친구를 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